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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시인의 제7시집에 있는 <설일>을 필사하다.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게 된다.
첫 문장이 압권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겨울 바람을 이렇게 사실적으로 보여준자.
겨울 바람은 ‘머리채 긴 바람이 투명한 빨래’같단다.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 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설일> 김남조 제7시집
삶은 그 어디쯤이다!!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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