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The Snows of Kilimanjaro)은 죽음 앞에서 인간이 겪는 감정과 삶의 허무함을 사실적으로 그려 1936년 8월 《에스콰이어》에 처음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안과 수술을 받고 눈에 안대를 하고 있으니, 휴대폰을 보거나 책이나 잡지도 보지 못하는 일이 생겨 서울도서관 전자도서에 있는 오디오 북을다운로드 받아 성우가 읽어 주는 〈킬리만자로의 눈〉을 들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가 내게 던진 화두
킬리만자로는 해발 19,710피트의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그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로 "응가예 응가이", 즉 '신의 집'이라고 부 른다. 서쪽 봉우리 가까운 곳에 얼어서 말라붙은 표범 사체가 있다.
이 표범이 무엇을 찾아 그 높은 곳까지 왔는지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킬리만자로의 눈 / 첫 문장
시작 문장이 가왕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가사를 다시 한번 음미하게 한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나면 위대해지고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헤리의 고뇌와 후회, 그리고 죽음을 마주한 순간의 심리가 생생하게 묘사된다. 이를 바탕으로 나는 작품에서 던지는 세 가지 화두인 ‘죽음과의 대면,’ ‘자기 배반과 허무,’ 그리고 ‘삶의 열정’을 중심으로 에세이를 작성해 보고자 한다.
1. 죽음과의 대면
헤리의 죽음은 소설의 중심 주제이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괴저로 인해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고통 속에서 삶을 회상한다. 헤리의 심리 상태는 두려움이나 공포보다 “피로와 분노였다.” 그는 더 이상 극심한 고통을 느끼지 않고,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분노를 느낀다. 작품 속에서 그의 심리 상태는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죽음의 순간에 대해 생각했다.
통증이나 공포가 아닌 피로와 분노였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죽음이라는 개념이 우리에게 얼마나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 역시 가족 중 한 분의 죽음을 경험하며, 그 순간의 무력함과 허탈감을 느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것이지만, 그 앞에서 느끼는 감정은 각기 다르다. 헤리처럼 나 역시 처음에는 분노와 피로를 느꼈고, 그 이후에야 비로소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2. 자기 배반과 허무
헤리는 자신의 삶을 회상하며,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배신했다는 후회에 빠진다. 그는 게으름과 태만, 그리고 “자만심과 편견”으로 인해 자신의 가능성을 충분히 펼치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헤리의 이러한 후회는 인생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정이다. 소설에서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자기 자신과 자신이 믿는 것을 배반하고, 술을 너무 마셔 지각의 날을 무디게 하고, 게으름, 태만, 속물근성, 자만심과 편견… 어떤 식으로든 기어코 자신의 재능을 파괴해 버린다.
나에게도 큰 공감을 주는 문장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 꿈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많았다. 예술가가 되고 싶었던 나는 현실적인 이유로 그 꿈을 포기했고,오랫동안 스스로를 자책해왔다. 그러나 헤리의 후회를 읽으며, 우리는 결국 자신을 배신하고 후회하게 되더라도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삶은 과거의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며, 그 선택들이 현재의 나로 만들었다.
3. 삶의 열정
헤리의 삶은 한때 열정으로 가득했지만, 그는 결국 그 열정을 잃고 말았다. 소설 속에서 그는 자신의 열정을 되찾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삶의 흔적은 독자들에게 큰 영감을 준다. 나는 이 부분에서 열정이 우리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다시 한 번 느꼈다.
헤리의 삶에서 열정의 상실을 표현하는 대목은 다음과 같다.
그에게 가능했던 시간들은 늘 과거였고, 과거는 그를 한계로 치닫게 했으나, 결국 죽음 앞에 이른 그를 회복시킬 아무런 힘이 없다.
열정이 사라진 삶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며, 내 삶에서도 열정을 잃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열정이란 스스로 지속되는 것이 아니며, 새로운 경험과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을 통해 나의 열정을 되찾았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다시 살아가는 힘을 얻었고, 그것이 나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마무리
〈킬리만자로의 눈〉은 죽음과 허무, 그리고 삶의 열정을 깊이 탐구한 작품으로, 우리에게 삶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헤리의 후회와 자기 배반, 그리고 죽음을 앞둔 심리적 상태는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인생의 문제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언제가 기회가 되면 프랑스 파리 라틴지구에서 헤밍웨이의 추억을 따라가 헤밍웨이의 길을 걸어 보고 싶어진다.
https://experiences.myrealtrip.com/products/3430548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결국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허무를 넘어서기 위해 삶의 열정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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