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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 좋은 글과 영상/책으로 부터의 담론

서평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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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봄이 오기 전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세상이 불안하다.  그 동안 읽지 않은 집에 있는 책들을 읽기 시작한다.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1977년에 태어난 젊은 작가이고,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철학과 문학을 전공하였다. 그의 작품으로 《모든 것이 밝혀졌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등이 유명하다.

독서 토론 동아리 회원 한 분이 읽어 보라고 주신 책인데 읽지 않고 계속 책꽂이에 있었다. 여행, 독서, 영화, 업무 등으로 바빴고 꼭 읽어야만 하는 책들이 계속 있어서 그 동안은 시간이 없었다. 

 

 

​2009년 여름 미국 프린스턴에 갔었다. 해가 질 무렵 프린스턴 대학교 주변 잔디밭에 신기한 현상이 보였다. 차를 운전하는 길가에서 어두워져가는 풍경 속에 내 눈이 이상한가 의심하며 한참동안 차 창 밖을 보다가 물어 봤었다.

“저기 이상하에 움직이는 파도 같은 희미한 빛이 뭐지...?”

“오, 반딧 불이야.”  

“차 좀 세워봐.”

수 만의 반딧불이 바람에 춤추는 모습, 태어나서 처음보는 반딧불이들이수없이 켜둔 크리스마스 작은 전구같이 반짝였다. 손에 뻗으면 잡힐 것만 같이 넓은 들판 가득 흩뿌려져 반짝이던 빛들. 그 빛이 내 눈에 가득 담겼다. 호텔에서 자려고 눈을 감아도 계속 반딧불이 반짝였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 날 프린스턴에 대한 기억으로 내 눈에 반짝이는 들판이 가득하다.  

 

 

<대체 뭐야>

p24 레종 데트르 존재의 이유

불어 레종 데트르 (raison detre)’는 ‘존재하는 이유’를 의미한다고 한다. 정말 존재하는 이유가 있어야 할 일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레종 데트르.

p29 센트럴 파크

내게 가장 좋아하는 도시를 묻는다면, 파리, 뉴욕, 서울을 말한다. 뉴욕은 갔을 때마다 센트럴 파크에 가지는 못했지만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에 갔을 때 이 공원 옆에 살면서 이 박물관을 자주 올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오스카 셸

9살 이 꼬마가 내내 마음 저리게 한다. 아홉 살 소년 오스카는 혼란의 역사 한가운데에 서서 그 어느 것에도 오염되지 않은 언어로 ‘지금-여기’의 삶을 말한다.

p30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

시간이 공간과 무관하고 분리된 것이 아니라, 공간과 연관되어 시, 공간을 이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p34 맨허튼, 브루클린, 퀸스, 스태튼 아일랜드, 브롱크스

<네가 있는 곳에 왜 나는 없는가 1963. 5.21>

<구골플렉스>

10을 10의 10의 10제곱한 수 - 세상에서 가장 큰 수, 10의 100제곱한 수를 구골이라고 한다. 

 

 

p62 사람들이 울다가 지쳐 잠이 들 때마다 눈물이 전부 같은 곳으로 흘러가게 되면, 아침마다 일기예보관이 눈물저수지의 수위가 올라갔는지 내려갔는지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작가의 자유롭고 기발한 상상력이 즐겁게 한다. 가끔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어 쉬운 책은 아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책이다.​

<나의 감정들>

p108 언젠가는 너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네가 있는 곳에 왜 나는 없는가 1963. 5.21>

나는 삶에 대해 생각했어, 내 삶, 당황스러움, 사소한 우연의 일치, 테이블 옆 자명종 시계들이 드리운 그늘에 대해서.
내가 거둔 사소한 승리들과 파괴되는 모습을 보았던 모든 것에 대해 생각했어,

부모님이 아래층에서 손님을 접대할 동안 난 안방 침대에서 밍크코트에 파묻혀 헤엄을 치곤 했지,
단 한번 뿐인 내 삶을 함께 보낼 수도 있었던 단 한 사람을 잃었어,

엄청나게 많은 대리석을 버렸어, 그것들에 조각을 할 수도 있엇는데,
나 자신을 대리석으로부터 해방시킬 수도 있었어.

기쁨을 경험할 수도 있었지만, 충분치는 않았어, 충분할 수가 있었겠니?
고통이 끝난다고 해서 그 고통이 정당화되는 거 아니야, 그래서 고통에는 끝이 없지,
뒤죽박죽이로군, 나는 생각했어, 정말 바보 같군, 어리석고 편협하기 짝이 없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어찌나 궁상맞은지 보기에도 안쓰럽군, 난 한없이 무력한 존재야.

p160 문학은 그녀의 아버지가 실천하는 유일한 종교였어.

나에게 문학은 가장 아끼는 친구이다. 독실한 종교인의 종교 이상의 의미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읽으며 이해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어서 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더 무거운 부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인생에 왔다가 가버리냐! 다 셀 수도 없을 정도라고! 그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놔야 해!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들이 떠날 땐 잡지도 말아야지!”

<나의 감정들>

p255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우는 데 한평생이 걸렸다니 한스럽구나, 오스카. 다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다르게 살텐데.

<행복, 행복>

어떤 책보다도 영화보다도 더 생생하게 테러와 전쟁의 참혹함을 느낄 수 있다...

토머스 셀 자매를 사랑한 남자. 애나가 폭격으로 죽지 않았다면 행복하게 살았을 것 같은 사람.

 

 

붉은 펜 동그라미는 책에 처음부터 있다.

<여섯 번째 구>

p308 아무리 둘째가라면 서로울 비관주의자라도 센트럴 파크에서 단 몇 분만 있어보면 현재 이외에 뭔가 다른 시제를 경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마련이지.

동의한다. 센트럴 파크를 산책할 때 기분 좋게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다가와 “Hi” 인사 할 것만 같은. 다른 시제보다 다른 세계가 있을 것 만 같던 공원.

​오스카는 참 멋진 아빠를 가졌다.

 

<네가 있는 곳에 왜 나는 없는가 2003. 9.11>

p370 ...그들은 나를 통과시켰어, 나를 믿어서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려는 수고를 하고 싶지 않았던 거지

 

 

 

 

 

 

 

 

저자의 다양한 타이포그래피 실험적 페이지들

<불가능한 문제를 푸는 간단한 해결책>

p415 “...법석을 떠는 건 언제라도 할 수 있지. 여덟 달 전의 내 모습을 기억하지? 그렇게 하기는 쉽단다.”...”그러면 중요한 건 뭐예요?” “신뢰감을 주는 것이지. 선량해지는 것.”​

<아름다우면서 진실한>

p450 “어떻게 죽었는데요?” “죽기전에 잃어버렸단다.””어떻게요?””내가 떠나 버렸거든.””왜요?””두려워서.””뭐가 두려웠는데요?””그를 잃을까봐 두려웠어.””아드님이 죽을까 봐 두려웠어요?””그가 살아 있는 것이 두려웠어.””어째서요?””삶은 죽음보다 더 무시무시하니까.”

​p452 “행복한 보통 아이가 될 거예요.”

​p453 내 한 번뿐인 삶에서 엄마는 우리 엄마였고, 나는 엄마의 아들이다.

 

 

그 어떤 글보다도 묵직한 감동을 준 사진들이다. 작가는 이 사진들로 이 소설로 전하려고 한 진실을 다 보여준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만 있다면..

결국은,

모두가 모두를 잃는다.

p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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