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Lev Nikolayevich Tolstoy)
‘죽음’을 보며 ‘삶’을 돌아 보게된다.
1886년 처음 발행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세계적 문호이자 대사상가인 톨스토이가 평생에 걸쳐 삶과 죽음, 사랑과 고통, 선과 악이라는 문제에 천착하고 이를 녹여낸 작품이다. 주인공 이반 일리치는 판사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던 어느 날 가벼운 부상을 당한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이 상처가 그를 돌이킬 수 없는 죽음으로 몰아넣게 된다. 원인 모를 병을 앓으며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동안 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단순하고 평범했던 삶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45세에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일리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심리 묘사가 사실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퀴블러-로스(Elisabeth Kübler-Ross)의 죽음의 5단계 과정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직면한 이반은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이라는 죽음의 5단계 과정을 밟아간다. 발병 초기에 자신의 죽음을 부정한다. 그러나 고통이 심화될수록 죽음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고 두려움에 빠진다.
하지만 병세는 나아지지 않고 건강은 악화된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체념한다. 진정성없는 위로와 희망으로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어떠한 유대감을 느끼지 못하고 극심한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뒤늦게 죽음을 인정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자신의 잘못된 방식으로 삶을 살아온 것을 반성하고 새롭게 무엇을 시작해보려 한다. 자신이 아닌 타인에 기준을 두고 살아왔던 것에 대하여 깨닫게되면서,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모른다.하지만, 고통스럽게 병마에 저항하며 살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이미 회복할 수 없는 건강 상태가 된 결국 숨을 거두고 만다.
그는 죽음에 이르러서야 진정 자신이 원한 것은 가족의 사랑임을 깨닫는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오는 이들
이반 일리치: 45세에 죽음, 둘째 아들, 특별 보좌관, 예심판사, 검사보, 검사
쁘라스꼬비야 표도로브나 미헬
볼로쟈
일리야 예피모비치 골로빈: 아버지, 고위급 삼등 문관
뾰뜨르 이바노비치
자하르 이바노비치: 동료이자 친한 친구
표도르 바실리예비치: 카드 놀이
드미뜨리 이바노비치 빼뜨리셰프: 예심판사, 딸의 남자 친구
게리심
생각해 보는 문장들
p32 삶의 유쾌함과 품위
p33 자신에게 아무런 해도 미치지 않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점점 줄여갔고, 부득이 함께 있어야 할 때는 다른 사람들을 집으로 불러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 했다. 중요한 것은 이반 일리치에게 일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모든 삶의 재미를 일에 집중하면서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이 재미가 그를 삼켜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파멸시킬 수 있는 권력이 있다는 자각, 표면적인 것이긴 하지만 법정에 들어설 때나 아랫사람들을 만날 때 그에게 향하는 예우, 상급자와 하급자들 사이에서 거둔 성공, 그리고 무엇보다그 스스로도 느끼는 뛰어난 업무 처리 능력, 이 모든 것이 그에게 기쁨을 주었다.
이와 함께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와 식사 자리, 카드놀이 등이 그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이반 일리치의 삶은 그가 기대한대로 즐겁고 붉스럽게 흘러갔다.
p34 그는 가정생활에서 아내가 해줄 수 있는 것으로 따뜻한 식사와 집안 관리, 잠자리 등 딱 세가지 편의사항만을 기대하기로 했다.
p87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무엇 때문이지? 이럴 수는 없어. 삶이 이렇게 무의미하고 추악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 삶이 이처럼 추악하고 무의미한 것이라면, 왜 죽어야 하며 그것도 이처럼 고통스럽게 죽어야 하는 걸까? 분명 뭔가 잘못된거야.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다 하면서 살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거지?' 그는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가 바로 다음 순간 삶과 죽음의 모든 수수께끼를 풀 단 하나의 해답을 마치 절대 있을 수 없는 것인 양 머릿 속에서 몰아냈다.
p98 이반 일리치는 잠자코 귀를 기울였다.
‘아, 여기 있구나. 뭐 어때, 거기 있으라고 하지 뭐.'
‘그런데 죽음은? 죽음은 어디 있지?'
이제는 습관처럼 익숙해져 버린 죽음에 대한 공포를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죽음은 어디 있는 거야? 대체 죽음이 뭐지? 죽음이 없었으므로 죽음에 대한 공포도 전혀 없었다. 죽음이 있던 자리에 빛이 있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갑자기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렇게 기쁠수가!"
이 모든 일은 한순간에 일어났으며, 이 한순간의 의미는 이제 변하지 않았다.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반 일리치의 고통이 그러고도 두 시간이나 더 계속되었다. 그의 가슴에서 뭔가가 끓어올랐다. 쇠약해진 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부르르 떨렸다. 그러더니 가슴이 끓어오르는 소리와 숨을 색색 몰아쉬는 소리가 차츰 잦아들었다.
“다 끝났습니다!" 누군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반 일리치는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끝난 건 죽음이야. 이제 죽음은 존재하지 않아.' 이반 일리치는 숨을 훅 들이마시다가 그대로 멈추더니 몸을 축 늘어뜨리며 숨을 거두었다.
p128 그는 삶을 비극적이고 위선적인 것으로 인식하면서도 그 삶에 투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자주 강조했다.
톨스토이만큼 인간 내면의 심리 묘사를 탁월하게 풀어낼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어떻게 살면 죽을 때 이반일리치처럼 억울함과 후회와 반성으로 괴롭지 않을까? 나이 들어서 장수하고 맞는 죽음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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