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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발레 공연 - 박세은과 김기민 등 출연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를 관람했다. 이 공연은 인도의 전통과 러시아 발레가 조화를 이루는 작품으로, 댄서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 그리고 공주 감자티 사이의 복잡한 삼각관계를 그린다. 특히 이 공연은 유니버설발레단의 같은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해석을 보여주었다. 국립발레단의 독특한 연출과 그 속에 담긴 심오한 주제를 느끼며 관람할 수 있었다.

아쉬움과 감동이 함께한 '라 바야데르'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공연을 관람하면서 아쉬움과 감동이 동시에 느껴졌다. 박세은과 김기민이 출연하는 세션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안수연과 하지석의 무대 역시 너무나도 멋진 공연이었다.

안수연과 하지석의 뛰어난 퍼포먼스

안수연은 이번 공연에서 감자티 역할을 맡아 강렬한 인상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그녀의 힘 있는 동작과 섬세한 감정 표현은 캐릭터의 복잡한 심리를 잘 드러냈으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감자티가 솔로르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갈등과 고뇌를 잘 표현하여, 그녀의 연기는 무대 위에서 더욱 빛났다.

하지석 역시 그의 솔로르 역할에서 훌륭한 기량을 발휘했다. 그는 니키아를 버리고 도망치는 순간에 솔로르의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깊은 감정을 전달했다. 그의 역동적인 춤과 함께 어우러진 감정선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특히 2막에서 니키아의 죽음을 보고 혼란스러워하는 장면은 그가 보여준 감정 연기의 절정을 이루었다.

각 무용수들은 팀워크를 바탕으로 한 조화로운 군무와 더불어 개별적으로도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특히 3막의 '망령들의 군무'에서 32명의 발레리나가 환상적으로 일체감 있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그들의 노력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이 장면은 관객들에게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비주얼을 제공하며, 발레 블랑(Ballet Blanc)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실황 연주와 음악의 힘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실황 연주였다. 오케스트라의 생생한 연주는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각 장면의 감정을 극대화시켰다. 음악은 발레의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었고, 관객들은 무대 위의 이야기와 음악의 힘에 푹 빠질 수 있었다.


특히 음악의 다양한 변주와 함께 춤이 진행되면서, 각 인물의 심리 상태와 감정 변화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는 관객들이 공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며, 각 장면의 긴장감과 감동을 배가시켰다.

공연의 전체적인 소감

이 두 무용수의 공연은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그들의 환상적인 호흡은 안무와 음악, 그리고 스토리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안겼다. 각 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긴장감이 흐르고, 그 긴장감이 풀리는 순간에 관객들은 함께 숨을 멈추고 몰입할 수 있었다.
박세은과 김기민의 출연을 놓친 것은 아쉬웠지만, 안수연과 하지석의 뛰어난 공연 덕분에 이번 '라 바야데르' 관람은 다시 한 번 그들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이 공연이 주는 감동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니키아와 솔로르, 감자티의 갈등

'라 바야데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이다. 댄서 니키아와 솔로르, 그리고 감자티 사이의 사랑과 배신, 갈등이 중심 이야기이다. 특히 솔로르는 니키아의 사랑을 잊고 공주 감자티에게 마음을 두려 하지만, 결국 그 선택이 초래하는 비극적인 결과는 관객에게 큰 여운을 남겼다.

1막에서는 니키아가 사랑하는 솔로르에게 독사에 물려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니키아가 단도를 든 모습은 강렬하면서도 애절했다. 그 장면에서 그녀의 절망과 솔로르의 혼란이 동시에 느껴졌다. 솔로르가 공주와 함께 무대 뒤편으로 달아나는 모습은 그가 니키아를 버렸음을 여실히 보여주며, 관객들은 그 선택에 충격을 받았다.

비극의 정점, 환영의 세계

공연의 대단원에서는 죽은 니키아의 환영을 본 솔로르가 홀로 서 있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그가 느끼는 감정의 혼란과 슬픔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솔로르는 다시는 니키아를 만날 수 없다는 현실을 자각하며, 그 순간의 고독함과 애달픔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 국립발레단의 연출은 이 결말이 단순한 상투적인 해피엔딩이 아니라,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충실히 담아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3막의 백미, '망령들의 군무'

'라 바야데르'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3막의 '망령들의 군무'였다. 이 장면은 32명의 발레리나가 경사진 언덕을 내려오는 모습으로, 새하얀 의상과 얇은 베일은 그들이 이승의 존재가 아님을 암시했다. 절제된 아라 베스크와 정밀한 동작은 관객들에게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발레 블랑(Ballet Blanc)으로 알려진 이 군무는 국립발레단의 수준 높은 기본기와 예술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그들의 노력이 느껴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수석무용수 대신 다양한 등급의 무용수들이 고루 배치되었다는 것이다. 솔로르를 연기한 허서명을 제외하고도 조연재와 안수연이 각각 니키아와 감자티를 연기하며, 이 작품의 모든 등장인물이 고르게 빛날 수 있도록 연출되었다. 이는 국립발레단이 단순히 스타 무용수에 의존하지 않고, 전체적인 팀워크와 협업을 강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무리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과 관계를 밀도 있게 표현한 작품으로, 단순한 발레 공연을 넘어선 예술적 성취를 이뤄냈다. 특히 3막의 '망령들의 군무'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우면서도, 발레리나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이 공연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고,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라 바야데르'는 11월 3일까지 계속된다. 새벽 5시부터 줄서서 예매할 정도로 티켓이 빠르게 마감되는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기회가 된다면 꼭 관람해보길 추천한다. 국립발레단의 이번 공연은 발레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