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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한강의 핵심 프로필과 등단 시기의 발표한 시를 음미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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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한강 작가의 핵심 프로필을 알아보고, 등단 시점의 발표시와 시에 대한 특징을 살펴봅니다. 등단 시는 <얼음꽃>으로 1993년 발표되었습니다. 바로 한해 전 연세대학교 4학년때 <편지>로 연세문학상(윤동주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오늘은 작가 한강의 등단 시점의 대표적인 시에 대하여 살표보고 저의 소감을 남겨봅니다.

작가 한강 노밸문학상 공식 발표문 바로가기 ☞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주요 프로필

한강-노벨문학상

소설가 한강(54)은 1970년 11월, 광주 출생으로,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습니다.

1993년 시 ‘얼음꽃’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붉은 닻’이 당선되었습니다.

이후 2005년 소설 ‘몽고반점’으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으며,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2023년에는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한강의 아버지는 소설 ‘불의 딸’, ‘포구’ 등을 쓴 작가 한승원이며, 오빠는 작가 한동림입니다.

얼음꽃, 1993년 등단 시


오래 내리어 뻗어간
그들 뿌리의 몫이리라
하여 뿌리 여윈 나는 단
한 시절의 묏등도
오르지 못하였고 허깨비,
허깨비로 뒹굴다 지친 고갯마루에
무분별한 출분의 꿈만 움터놓았다

모든 미어지는 가슴들이
그들 몫의 미어지는 가슴들이
그들 몫의 미어지는 꽃이라면
꽃이라면 아아
세상의 끝까지 가리라 했던
죽어, 죽어서라도
보리라 했던 저 숲 너머의 하늘
무엇이 꿈이냐 무엇이
시간이냐 푸르름이냐 빛이냐 나무여,
나무여
잠깐의 참회를 배우기 위해
그토록 많은 세월을 죄지었던가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것은 다만 이 목마름을 건너
저 버려진 잡목숲 사이로
몸 번져야 할 일
몸 번져 오래 울어야 할 일
좋다 계절이여 오라
눈발이여
퍼부어라, 이 불타는 수액을
뒤덮어다오, 그 위에
찬란히
춤추어도 좋으니.


소감

이 시는 인생의 고뇌와 끝없는 갈망을 비유적으로 그려냅니다. 얼음꽃이라는 제목에서 차가움과 피어나는 생명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데,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과 희망의 공존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뿌리의 얕음과 허깨비처럼 떠돌며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좌절하는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좌절 속에서도 "세상의 끝까지 가리라"는 강한 의지는 쉽게 꺾이지 않는 갈망을 보여줍니다.

"무엇이 꿈이냐, 무엇이 시간이냐"라는 구절은 현실과 꿈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답을 찾기보다는 고통스러운 여정을 받아들이고 "버려진 잡목숲 사이로" 자신을 번져야 할 일이라고 결론짓습니다.

이 시는 마치 우리가 끝없이 꿈을 쫓으며 넘어지고 구르지만, 결국 멋지게 눈발 속에서 춤출 준비를 하는 삶을 노래하는 것 같네요. 인생이라는 얼음꽃이 아무리 차갑더라도 그 속에 피어나는 빛나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 이 시의 묘미입니다.


 

 

연세문학상 윤동주 문학상 수상 작품


등단하기 1년, 1992년 <편지>라는 시로 연세문학상 윤동주 문학상을 수상했는데 이에 대한 심사평과 소감문이 인상적입니다.

뽑은 느낌

정현종<국문과 교수〉
김사인(문학평론가〉

당선작 "편지"를 비롯한 한 강의 작품들은 모두 능숙 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굿판의 무당의 춤과 같은 휘몰이의 내적 열기를 발산하고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그러한 불과 같은 열정의 덩어리는 무슨 선명한 조각과 또 달리, 앞으로 빚어질 어떤 모습들이 풍부히 들어 있는 에너지로 보인다. 능란한 문장력을 바탕으로 그 잠재력이 꽃피기를 기대해 본다.

뽑힌 느낌

한 강(국문과 4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다. 추억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그 때는 잘 몰랐다.
앓아누운 밤과 밤들의 사이, 그토록 눈부시면 빛과 하 늘을 기억한다. 그들이 낱낱이 발설해온 오래된 희망의 비밀들을 이제야 엉거주출한 허리로 주워담는 것이다.
•••목덜미가 아프도록 뒤돌아보며,  뽑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기쁨, 내 모든 눈물겨운 이들의 것입니다.


편지
한강(국문과 4학년)


그동안 아픈 데 없이 잘 지내셨는지

궁금했습니다
꽃 피고 지는 길

그 길을 떠나
겨울 한번 보내기가 이리 힘들어

때 아닌 삼월 봄눈 퍼붓습니다

겨우내내 지나온 열 끓는 세월

얼어붙은 밤과 낮을 지나며

한 평 아랫목의 눈물겨움

잊지 못할 겁니다

누가 감히 말하는 거야 무슨 근거로 무슨 근거로

이 눈이 멈춘 다고 멈추고 만다고••• 천지에, 퍼붓는

이•• 폭설이, 보이지 않아? 휘어져 부러지는 솔가지

들, ••• 퇴색한 저 암록빛이, 이, 이, 바람 가운데, 기

댈벽 하나 없는 가운데, 아아••• 나아갈 길조차 묻혀

버린 곳, 이곳 말이야•••

그래 지낼 만하신지 아직도 삶은

또아리튼 협곡인지 당신의 노래는

아직도 허물리는 곤두박질인지

당신을 보고난 밤이면 새도록 등이 시려워

가슴 타는 꿈 속에

어둠은 빛이 되고

부셔 눈 못 뜰 빛이 되고

흉몽처럼 눈 멀어 서리치던 새벽

동 트는 창문빛까지 아팠었지요.

•••••••어째서••• 마지막 회망은 잘리지 않는 건가 지

리멸렬한 믿음 지리멸렬한 희망 계속되는 호홉 무

기력한, 무기력한 구토와 삶, 오오 젠장할 삶

악물린 입술
푸른 인광 뿜던 눈에 지금쯤은

달디 단 물들이 고였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한번쯤은

세상 더 산 사람들처럼 마주 보고

웃어보고 싶었습니다.

사랑이었을까••• 잃을 사랑조차 없었던 날들을 지

나 여기까지, 눈물도 눈물겨움도 없는 날들 파도와

함께 쓸려가지 못한 목숨, 목숨들 뻘밭에 동굴고

당신 없이도 천지에 봄이 왔습니다

눈 그친 이곳에 바람이 붑니다

더운 바람이,
몰아쳐도 이제는 춥지 않은 바람이 분말같은 햇살

을 몰고 옵니다

이 길을 기억하십니까

꽃 피고 지는 길 다시 그 길입니다
바로 그 길입니다


소감

이 시는 지나간 세월의 고통과 그리움을 배경으로, 계절의 변화를 통해 삶의 굴곡과 무력감, 그리고 회복을 이야기합니다. "꽃 피고 지는 길"과 같은 자연의 순환은 시인의 감정적 여정과 맞물려 흐르며, 추운 겨울과 그로 인한 시련이 상징적으로 표현됩니다. 삼월에 내리는 봄눈은 예기치 않은 고난을 암시하며, 그 겨울을 지나면서 겪은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시 속에서 시인은 과거의 고통을 기억하고, 그 가운데에서 아직도 남아 있는 희망에 대해 고민합니다. "누가 감히 말하는 거야 무슨 근거로 이 눈이 멈춘다고"라는 구절은 세상의 고통과 절망이 쉽게 끝나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으며, 시인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봄이 왔다"는 사실은 희망의 작은 불씨를 의미합니다. 더 이상 춥지 않은 바람이 불며, 시인은 삶의 고통 속에서도 작은 회복의 가능성을 엿봅니다. 사랑을 잃었거나 잃을 기회조차 없었던 삶을 회상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인생의 시련과 그로 인한 슬픔을 통과하면서도, 마지막에 찾아오는 작은 희망을 묘사하는 것라고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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