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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 좋은 글과 영상/책으로 부터의 담론

스토너, 존 윌리엄스 장편소설 : 죽기 전에는 꼭 읽어봐야 할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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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꼭 읽어야 할 소설
먼저 저자와 이 소설에 대한 간략한 역사를 집어 본다.

처음 출판된 지 50년이 지난 지금, 인생이 실망으로 가득 찬 한 학자의 이야기 '스토너'는 뜻밖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63년 6월 13일, 미국인 소설가 존 윌리엄스는 덴버 대학에서 영어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마리 로델에게 편지를 썼다. 그녀는 막 그의 세 번째 소설인 스토너(Stoner)를 읽고 있었고, 그 소설에 감탄하면서 그에게도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었다.
존 윌리엄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상업적 가능성에 대해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이 소설이 이런 점에서 우리를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나 그런 것이 될 것이라는 환상은 갖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만약 올바르게 다루어진다면(항상 그런 것이 있다) 즉, 출판사에 의해 단지 또 다른 '학술소설'로 취급되지 않는다면, 버처스 크로싱(Butcher's Crossing, 그의 두 번째 소설)의 영향으로 상당한 판매효과가 있었을 것 입니다. 내가 유일하게 확신하는 것은 이것이 좋은 소설이라는 점입니다. 시간이 흐르고나면 진정 좋은 소설로 여겨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러한 사상과 어조는 아마도 소설가들에게 친숙한 점일 것이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 있는 표현, 그 없이는 결코 시작하지 못했을 것, 성공 앞에서의 조심성, 기대치를 높이는 조심성, 하지만 너무 높게 치켜 올리지 않는 태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것이 잘못되면 아마도 다른 사람의 잘못일 것이라고 치부 할 수도 있는 자신감으로 보인다.

스토너는 1965년에 최초 출판되었다.


대부분 그렇듯이 소설가가 가진 두려움과 희망 사이에 있는 중간 과정을 다룬다. 그리고 공정하게 검토되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했고, 이내 절판되었다. 1972년, 윌리엄스의 로마시대가 배경인 소설인 '아우구스투스'는 소설로 전국적인 도서상을 50%이상이나 수상했다그에게 가장 큰 대중적 성공의 순간이었지만, 그는 수상식에는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죽을 때 까지 20년 이상 아무런 소설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 후 존 윌리엄스가 그의 에이전트에 편지를 쓴 지 50년이 지나 '스토너'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베스트셀러다.유럽 전역을 휩쓴 베스트셀러로 베스트셀러 출판사도 잘 이해되지 않다는고 했다. 바로 가장 순수한 방식의 베스트셀러, 즉, 독자들 사이에서 거의 전적으로 입소문에 의해 이 소설이 전해진 것이다.

나오는 사람들
아처 슬론
이디스
그레이스 (남편 에드)
로맥스
워커
캐서린 드리스콜

책 속에서

P160 그가 발견한 새로운 자신은 예전에 상상했던 것보다 더 훌륭하기도 하고 더 못나기도 했다.....일단 깨달음을 얻은 뒤에는 사람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것의 존재를 누구나 알아볼 수 있다.

P251 이제 나이를 먹은 그는 압도적일 정도로 단순해서 대처할 수단이 전혀 없는 문제가 점점 강렬해지는 순간에 도달했다. 자신의 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과연 그랬던 적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곤 했다.

P264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법이죠. 세월이 흐르면 다 잘 풀릴 겁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이 말을 하고 나자 갑자기 그것이 정말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순간적으로 자기 말에 담긴 진실을 느낀 그는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던 절망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절망이 그토록 무거워다는 것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P346 전쟁이 벌어진 몇 해 동안은 시간이 흐릿하게 한데 뭉쳐서 흘러갔다. 스토너는 견디기 힘든 맹렬한 폭풍 속을 지나갈 때처럼 고개를 숙이고,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생각은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딛는 데에만 고정시킨 채 그 시절을 겪어냈다.

P347 그는 수치심과 자부심을 동시에 느끼면서 또한 자신과 이 시대, 그리고 자신같은 인간을 만들어낸 주변 상황에 쓰디 쓴 실망을 느꼈다.

P353 그 상실감, 그가 너무나 오랫동안 속에 담아두었던 그 상실감이 쏟아져 나와 그를 집어 삼켰다. 그는 의지를 넘어 그 흐름에 휩쓸리는 자신을 내버려두었다. 자신을 구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는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기억을 향해 미소 짓는 것처럼. 이제 자신은 예순 살이 다 되었으므로 그런 열정이나 사랑의 힘을 초월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초월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초월하지 못할 것이다. 무감각, 무심함, 초연함 밑에 그것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강렬하고 꾸준하게. 옛날부터 항상 그곳에 있었다...열정...

읽고 나서
다시 책을 많이 읽기 시작 한 건 자꾸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부터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쉽게 잠이 들기도 할 때가 있고, 더 정신이 맑아져 버릴 때도 더 곤란해질 때도 있다. 아픈 눈과 피곤한 몸과 맑아진 머리가 부유하며, 새벽이 되면, 몸이 둥 떠 있는 느낌이다. 더 싫은 것은 늦게 일어난 다음 날 오전의 자괴감이다. 시간이 소멸된 기분. 이 소설은 처음에는 지루하고 그러 그러했다. '스토너'를 읽으며 몇 날인가를 가슴이 아팠고, 특별히 비극적일 것도 없는 일상을 살아내던 그가 생을 마감하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던 날 밤은 울고 말았다. 누가 왜그러냐고 뭐가 그렇게 슬프게 만들었느냐고 물어 보면 딱히 꼬집어 할 말도 없는데 그가 살아 낸 인생에 내가 있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쉽게 반납하지 못하고, 대출 연장까지 하며 가져 있다가 마감 날에 임박 해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이렇게 옮기며 특별할 것도 없는 데 먹먹해진다. 모를 일이다.
상실감,
그가 너무 오랫동안 속에 담아두었던 그 상실감이 쏟아져 나와 그를 집어삼켰다.
그는 의지를 넘어 그 흐름에 휩쓸리는 자신을 내버려 두었다.
자신을 구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는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기억을 향해 미소짓는 것처럼.
이제 자신은 예순 살이 다 되었으므로 그런 열정이나 사랑의 힘을 초월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초월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초월하지 못할 것이다.
무감각, 무심함, 초연함 밑에 그것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강렬하고 꾸준하게, 옛날부터 항상 그곳에 있었다.
젊었을 때는 잘 생각해보지도 않고 거리낌 없이 그 열정을 주었다.

아처 슬론이 자신에게 보여준 지식의 세계에 열정을 주었다.
그게 몇 년 전이더라?
어리석고 맹목적이었던 연애 시절과 신혼 시절에는 이디스에게 그 열정을 주었다. 그리고 캐서린에게도 주었다.
그때까지 한 번도 열정을 주어 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그는 방식이 조금 기묘하기는 했어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
하지만 자신이 열정을 주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을 때 가장 온전히 열정을 바친 것 같았다.

그것은 정신의 열정도 마음의 열정도 아니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힘이었다.

그 두 가지가 사랑의 구체적인 알맹이인 것처럼. 상대가 여성이든 시(詩)든,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봐! 나는 살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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