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Speculations) - 단순한 설치미술을 넘어서
대한민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서도호 작가의 개인전이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스페큘레이션(Speculations)"이라는 제목의 이 전시에서는 서도호가 20여 년 동안 만들어온 다양한 설치미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집’을 주제로 한 그의 설치미술 작품들이 큰 주목을 받으며 사람들의 기대감을 모았지만, 막상 다녀오고 나면 생각이 조금 달라지기도 하죠. 기대가 너무 컸는지 "별로였다"는 반응도 있더라고요(저도요!). 그래도 대한민국 현대미술을 이야기할 때 서도호 작가를 빼놓을 수 없다는 건 다들 인정할 거라 생각합니다.
단순한 설치미술을 넘어
서도호 작가의 작품은 단순한 설치미술을 넘어서, 그의 삶과 세상에 대한 깊은 성찰과 상상을 담고 있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스페큘레이션", 즉 사변적 사고를 주제로 서도호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시간, 공간, 기억, 움직임의 주제를 재해석합니다. '스페큘레이션'은 사변, 추론, 사색 등을 의미하는 단어로,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그들이 속한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고민하는 서도호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전시 공간은 1층부터 둘러볼 수 있는데, 화장실과 물품보관소도 마련되어 있어 짐 걱정 없이 편하게 전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전시회 정보
- 전시회 명칭:《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Speculations)》
- 장소: 아트선재센터
- 일정: 2024년 8월 17일 ~ 2024년 11월 3일
- 운영시간: 화요일 ~ 일요일 12:00 - 19:00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 성인 10,000원 | 청소년 7,000원 | 어린이 5,000원
도슨트 투어: 14:00, 16:00 (예약 필수)
스페큘레이션 과정
이번 전시는 그의 창작 활동을 '스페큘레이션 과정'으로 설명하며, 서도호가 어떻게 공간과 이동, 기억의 문제에 접근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그의 작품은 늘상 완성된 결과물만을 내놓기보다는,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그것을 통해 추구하는 의미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특히 천으로 만든 집 설치작품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데요, 이 집들은 어느 특정 장소에 고정되지 않고, 이동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합니다. 가벼운 천으로 만든 집이기 때문에 빛이 투과되고 어디로든 옮길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점은 현대 사회의 불안정한 거주 형태와도 맞물리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전시의 1층 공간에서는 서도호의 ‘다리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완벽한 집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데, 서도호는 자신이 살았던 뉴욕과 서울을 태평양 위로 연결하고, 그 중간 지점에 자신의 완벽한 집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건축가, 생물학자, 물리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한 모형을 볼 수 있죠. 현실에선 불가능할 것 같은 대륙 간 이동을 사변적으로 탐구하며,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는 서도호의 작업 방식이 돋보입니다.
서도호의 두 번째 ‘다리 프로젝트’에서는 그의 현재 거주지인 런던까지 추가되어, 서울, 뉴욕, 런던을 등거리로 연결한 지점에 ‘완벽한 집’을 설계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위치는 북극 인근으로, 이곳에서 기후 변화, 고립, 장벽 등의 문제를 시각적으로 풀어냅니다. 그는 이러한 사고 실험을 통해, 다른 공간 사이를 이동하는 것의 의미를 질문하고, 미래의 잠재적인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서도호 작가는 한결같이 집을 주제로 작업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그 집들이 단순히 거주 공간을 넘어, 시간과 기억, 정체성, 그리고 이주의 문제와 연결된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회 자체가 작가의 사유와 탐구 과정을 시각화한 일종의 미술적 실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드로잉, 축소된 모형, 시뮬레이션 영상 등을 통해 서도호의 생각의 흐름을 관람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는데요, 전시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라기보다는, 그가 탐구하는 과정의 일부분을 함께 경험하는 느낌을 줍니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서도호의 작품들이 이토록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역시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대사회의 ‘집’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안식처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아를 드러내는 수단이자, 부의 축적을 상징하는 것이 되어버린 시대. 나 자신을 반영하는 집, 그러나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든 대한민국에서의 현실을 생각하며 조금은 찹찹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가 유학을 떠나기 전 살았던 서울의 집에서 출발합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의 이동과 전치’를 주제로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요, 그가 가장 잘하는 천으로 된 설치작품들이 많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모형들이 많아 조금 아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그의 작품들이 주는 깊은 여운은 쉽게 지워지지 않아요.
전시 마지막 부분에서는 서도호의 어린 시절 살았던 한옥과 정원을 축소한 모형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서도호의 정체성과 연결된 과거를 상징하는 동시에, 미래를 향한 그의 사고 실험을 보여줍니다. 이 모형을 보면서,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끼며 동시에 현재의 그가 추구하는 집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핵심 관람 포인트 3가지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전시에서 주목할 핵심 관람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이동 가능한 집
서도호의 대표적인 설치 작품으로, 천으로 만든 집은 어디든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통적인 고정된 건물과 달리 부드럽고 가벼운 소재를 사용한 '이동 가능한 집'을 통해 공간과 장소의 개념을 새롭게 탐구하는 서도호의 독창적인 시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완벽한 집: 다리 프로젝트
뉴욕, 서울, 런던을 연결하는 '다리 프로젝트'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도시 간 이동을 상상하며, 서도호가 생각하는 '완벽한 집'의 개념을 탐구합니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위치한 상상 속의 집을 만들어, 도시 간 경계와 이동,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 작가의 사유 과정 시각화
이번 전시는 완성된 작품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서도호가 작품을 구상하고 실현해 나가는 사유 과정을 드로잉, 모형, 시뮬레이션 영상 등을 통해 시각화하여 공개합니다. 작가의 창작 여정을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로, 예술가의 사고 흐름과 실험적 접근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포인트를 염두에 두고 관람하면 서도호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무리
이번 전시를 통해 서도호 작가는 그가 얼마나 창의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증명했습니다. ‘완벽한 집’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안에서 공간의 의미,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우리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이번 전시는 미술을 통해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전시를 더 깊이 있게 즐기고 싶다면, 아트선재센터의 도슨트 프로그램을 추천드립니다. 도슨트 투어는 하루에 두 번 진행되는데, 미리 예약해야 합니다.
전시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주고, 서도호 작품의 의도를 잘 풀어주는 도슨트와 함께 관람하면 훨씬 재미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거예요.
2024년 11월 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 시간 되신다면 꼭 다녀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