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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의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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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담론> 소감문

바로 집 근처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 정보도서관 있어 가끔 찾아와 책을 읽는 즐거움이 생겼다. 이곳에서 ‘신영복의 <담론> 느리게 읽기’를 알리는 현수막을 보고 신청하려고 했더니 이미 마감이란다. 그럼 대기자로 등록을 부탁한 뒤 몇 일 지나자 참여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담론>을 8회에 걸쳐 느리게 읽으면서 매번 모임에 해당 부분을 읽고 모임에서 다양한 소감과 경험 그리고 때로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때는 토론을 하면서 보낸 두 시간이 언제 갔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되는 시간이었다. 
 
<담론>을 읽고 토론하면서 느낀 소감을 최대한 간결하게 적어 보고자 한다. 사실 신영복선생에 대하여는가끔 들어는 보았으나 책을 읽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새처럼으로 시작되는 ‘처음처럼’의 느낌이라고 할까.

 
이 책은 신영복선생님이 성공회대학에서 진행했던 마지막 강의를 책으로 구성한 것이다.
담백한 표지에 427페이지가 넘는 책의 분량 만큼이나, 아니 이보다 훨씬 넓고, 크고, 깊은 성찰과 생각을 하게 한다.  1부,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과 2부,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한비자에 이르기까지 동양의 고전들의 핵심 사상을 명확하게 알 수 있게 설명하고 있고, 2부에는 27세 청년이 무기수로 47세 중년이 되기까지 보낸 20여년의 감옥살이를 통해 깨닫게 된 인간 본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말씀하고 있다.
 
신선생은 절망의 세월과 장소였을 교도소 생활을 '나의 대학시절'이라 한다. 왜 징역살이를 대학시절이라 일컫는 것 일까. 이에 대한 답을 <담론>에서 하였다. 어려운 동양의 고전과 삶의 본질에 대한 통찰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무기징역형의 중압감과 기약 없는 출소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택하지 않고 살았느냐는 질문에 '햇볕'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겨울 독방에서 만나는 신문지 크기의 햇볕만으로도 세상에 태어난 것이 손해가 아니었다는 글을 읽을 때 삶의 의미와 살아감의 긍정을 이렇게 말할 수 있음에 정신이 번쩍 차려졌다. 

가장 인상적인 구절을 하나만 인용해 본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그 사회를 인간적은 사회로 만드는 일입니다. 사람은 다른 가치의 하위 개념이 아닙니다. 사람이 '끝'입니다. 절망과 역경을 '사람'을 키워 내는 것으로 극복하는 것, 이것이 석과불식(碩果不食)의 교훈입니다. 최고의 인문학이 아닐 수 있습니다. 욕망과 소유의 거품, 성장에 대한 환상을 청산하고, 우리의 삶을 그 근본에서 지탱하는 정치, 경제, 문화의 뼈대를 튼튼히 하고 사람을 키우는 일, 이것이 석과불식의 교훈이고 희망의 언어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가진 소감은 이 세상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기에 신영복선생님의 담론에 귀 기울여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을 떠나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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